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

어느 날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가 가슴속에 무언가 아릿하게 떠오르는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여행을 가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하루하루의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나날이 피로가 쌓이고, 신선한 자극이 절실해질 때, 나는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여행은 어쩌면 삶의 한 부분을 잠시 멈추고, 낯선 풍경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꿈꾸는 마음속에는 여러 겹의 이유들이 포개어져 있다. 빡빡한 스케줄과 끝없는 업무 사이에서 맑은 공기와 탁 트인 하늘을 마주하고 싶은 갈증, 새로운 언어나 문화가 스며든 거리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미소를 마주하고 싶은 호기심, 그리고 일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관계와 의무로부터 살짝 뒤로 물러나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유. 이 모든 것들이 ‘떠남’이라는 행동 한가운데 녹아들어 있다.

또한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속에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아직 가보지 않은 도시의 골목에서 어떤 향기가 날까, 외국어가 가득한 간판 앞에서 길을 묻는 내 목소리는 어떤 톤을 띨까. 낮선 식당의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문을 하고, 그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이 혀끝을 간질일 때, 내 오감은 풍부한 경험의 광채로 반짝일 것이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들뜬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풍경을 그려보는 상상은 삶에 작은 균열을 내어, 그 틈 사이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물론 여행이 마냥 즐거운 모험만으로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비행기 연착이나 숙소 문제, 언어 장벽에서 비롯되는 작은 오해 같은 불편한 상황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불완전함마저도 여행의 일부다. 낯선 환경에서 예측 못한 일들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성장한다. 돌아왔을 때, 나는 이전과 똑같은 사람일 수 없다. 작은 변화라도 분명히 일어난다. 시야가 조금은 넓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다채로워지며,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의 자산들이 쌓여간다.

여행을 향한 열망은 일종의 내면에 깃든 소망 같다. 그것은 자유와 성장, 휴식과 자극을 동시에 원하는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내가 머무르는 이곳을 잠시 뒤로 하고, 새로운 지평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비로소 삶은 평면적인 일상이 아닌 입체적 경험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쌓여 다시 내가 선 자리로 돌아왔을 때, 평범한 창밖 풍경마저도 새로운 빛깔로 보이기 마련이다.

여행은 결국, 내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일 것이다. 출발 전의 설렘, 도착 후의 낯선 공기, 그리고 돌아오는 길 위에서 깨닫는 익숙한 행복감까지. 이 모든 것이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하나의 소중한 장면이 된다.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 계속 이어진다. 계속해서 다른 곳을 꿈꾸며, 그 속에서 나를 찾고, 다시 돌아와 변화한 나로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 갈망이 우리를 멈추지 않게 하고, 삶에 색채를 더해주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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